'케잌'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8.09 촛불을 켜야 하는 이유 (3)
얼마 전에 생일이었다. 난 생일을 챙기는 게 익숙하지 않다.  누가 내 생일을 챙겨주는 것도 어색하다. 그냥 생일이면 미역국에 고기 반찬 정도 차려 먹는 그런 가정에서 자랐고, 학교 다닐 때도 늘 내 생일이 방학 때 걸려서 친구들과 밥 한끼 제대로 먹어본 기억이 없다. 수 많은 연애사 속에서도 생일을 챙긴 기억은 거의 없다. 같는 사람이 생겨도 그냥 서로 미역국 끓여주는 게 다다.


이번 내 생일에 남편이 늦잠을 자는 바람에 거의 유일하게 생일 때 하는 특별행사인 미역국을 끓여주지 못했다. 에이...뭐...미역국 한 그릇 안 먹으면 어때! 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자꾸만 뭐가 걸렸다. 남편은 남편대로 미안해서 내 눈치를 보고, 나는 나대로 뭔가 허전하고 서운했다. 그렇다고 엄청난 선물이나 외식 따위로 만회하는 것은 내가 원하지 않는다는 걸 남편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늦었지만 낮에 미역국을 끓여주었고, 작은 케잌 몇 조각을 사왔다. 내가 젤로 좋아하는 크레이프 케잌! 이걸로 모든 서운함, 알 수 없는 우울감, 그리고 우리 사이의  긴장이 일시에 해소됐다.


조각케잌에 촛불을 꽂았다. 그랬더니 우리 딸이 너무 좋아한다. 저건 정말 너무나 행복해하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뭐가 저렇게 좋은 건지 신기했다. 케잌에 촛불 켜는 걸 본 적이 거의 없으니 학습이 되어서 그런 건 아닌거 같고, 그냥 '촛불을 켜는 행위' 자체가 가진 숭고함, 특별함, 그리고 우리 사이의 긴장 해소 등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아...이래서 가끔 세레모니가 필요한 거구나. 앞으로 생일 때는, 아니 가끔씩 뭔가 우울할 때는 촛불을 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다못해 초코파이에다가 꽂더라도 말이다. ㅋ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양이 2011.08.09 16: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촛불을 켜고 저렇게 좋아하는 것은 원초적 본능이라고 합니다.
    원시부족 자손이라서... ㅎㅎㅎ 좋은 글 잘읽고 있습니다.

  2. 문슝 2011.08.09 16: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초적 본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으흐흐 2011.08.09 2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요...참 좋아하네요.
    저렇게 행복해진다면 매일이라도 촛불 켜야지요. 암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