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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08 양파농사 개시 (4)
우리집에서 양파는 1년 내내 떨어지지 않는 필수 양식이다. 열을 가하면 부드럽고 질 좋은 단맛을 드러내면서, 요리실력이 아무리 형편 없어도 음식 맛을 중간까지는 끌어올린다. 그래서 나는 양파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하는 편이다. 

[양파 모종 옮기기] 양파 모종을 첨 구경했다. 쪽파랑 닮았다.

한참 열공중인 마크로비오틱에서도 양파를 조화로운 채소로 본다. 땅속과 땅위 접경에서 자라는 호박, 양배추, 브로콜리 등과 함께 음성과 양성 양쪽 에너지를 균형있게 갖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모양이 둥근가? 음양 에너지의 조화, 모 없이 둥글둥글한 모양, 부엌의 '약방의 감초', '인생의 단맛, 쓴맛'처럼 오묘한 맛까지, 양파의 매력에 안 빠질 재간이 없다. 

기회가 닿아 올 겨울부터 양파농사를 지어보기로 했다. 혼자는 아니고, 양파공동체 형태로 여러 명이서 200평 남짓한 밭을 빌려 공동으로 짓는 거다. 일을 꾸미신 분들은 따로 있고, 우리는 그냥 묻어가는 처지지만, 그래도 개인텃밭만 할 때와는 다른 책임감과 노가다가 뒤따른다. ㅋㅋ

단맛을 공짜로 보려고 했어? 양파답게, 알싸한 맛부터 선보인다. 밭에 거름을 넣은뒤 땅을 갈아엎는 일은 지난 주 끝냈다고 해서 이제 양파만 심으면 되겠지 했는데,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생각이었다. 고랑을 만들고, 땅을 고르고 '밭 만들기'가 감히 화전민의 심정을 이해하게 한다. 운동도 이런 운동이 없다. 아침 9시부터 해질녁 5시까지, 일 하는 사람이 빤 하니 꽤 부리기도 어렵다. 누구는 말이 좋아 공동체지, 집단노동이라고 성토했고, 평소 쫌 엄살을 쫌 피우는 과인 남편이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고 해도 괜한 꽤병은 아닌 듯 했다.

[밭 만들기] 옛날 황무지를 개간했던 화전민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음^^ 

[새참시간] 밭일은 밥심(힘)보다 막거리 힘으로!...그걸 벌써 알아버린 꼬마농부

[점심시간]
온갖 산해진미가...나는 이 시간이 젤로 좋다~


아놔...양파농사 짓다가 딸내미 술꾼 만들게 생겼다. 엄마가 마시는 막걸리 젖 받아먹는 걸로 모자랐는지, 막걸리 마신 잔을 깨끗이 핥고 있다. 그 모습이 웃겨서 어른들이 몇 방울 보태주니 냉큼냉큼 비워낸다. 옛날부터 아이들이 어른들 술 심부름하다가 훔쳐먹었듯 예로부터 막걸리는 아이들의 은밀한 사랑을 받아왔기는 했어도 이건 좀 너무 이른 거 아닌가?ㅋㅋ


농사일도 음양의 조화를 이루면 좋다. 남자들이 고랑을 만들고, 괭이로 덩어리진 흙을 깨면, 여자들은 쇠갈퀴로 자갈을 골라내며 땅 표면을 고르게 정리했다. 남자들이 이랑을 만들고 재를 뿌려놓으면, 여자들이 모종을 주먹 한 개 간격으로 나란히 놓고, 마지막 흙을 덮어주고 발로 살짝 밟아주는 의식(?->실제로 튼튼하게 잘 자라라 어쩌고 저쩌고 중얼중얼하는 분들도 계셨고, 땅거미가 지는데 저러고 있으니 꼭 토템의식 같았음)으로 마무리를 했다.

[양파심기] 나란히 심어져 있는 모습...이렇게 허허벌판에서 겨울을 나야 양파가 된다.

[흙 덮어주기] 토테미즘, 애니미즘, 샤머니즘 종교의식처럼 보였던 마지막 마무리

막걸리 기운에 한참을 하이퍼 상태로 놀다가 밭 한 가운데서 천사처럼 낮잠을 잔다.

대여섯개 고랑 중에 두 고랑 2천개 달랑 끝냈을 뿐인데, 간만에 몸을 제대로 썼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ㅋㅋㅋ 앞으로도 1년 동안 이 밭에서 자식 키우고 양파도 키우고, 자연도 배우고 사람도 배우게 될 것이다.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