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땅콩밭을 매러 나갔다. 땅콩은 봄에 심어, 늦가을에 캐는 생육기간이 거의 1년 가까이 기다림의 작물이다. 난 원래 땅콩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밭에서 캔 땅콩을 껍질째 삶아먹은 뒤 땅콩이 좋아졌다. 땅콩의 진짜 맛을 알아버린 거다. 


밭에 도착한 시간이 마침 낮잠 시간이어서 오랜 만에 집중해서 밭을 맸다. 처음엔 땅콩 크기만큼 자란 풀을 깨끗하게 뽑아버리겠다는 심산으로 아주 집요하게 김을 맸다. 그런데, 너무 집중한 탓인지, 햇빛이 뜨거운 탓인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다시 마음을 바꿨다. 대충 한번만 매고 가자고... 밭을 맬 때는 '완벽하게 하려 들지 말고, 설렁설렁 세 번 매라'는 말이 있다.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는 밭 매기를 꼼꼼하게 하려다가는 지쳐 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설렁설렁 세 번 매는 게 낳다는 말이다.


나는 평소에는 빈틈 많은 대충주의면서도 뭔가 일을 시작하면 완벽주의를 사칭하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완벽주의라서 일을 완벽하게 처리했다기보다, 오히려 맺고 끊음없이 질질 끌면서 모든 게 무너지곤 했다. 겉으로 잘 마무리되어보였던 일 뒤에는 미련과 후회, 그리고 생활도 몸도 마음도 다 망가져 있었다. 이건 완벽주의가 아니라 자학이었다. 밭매기의 기술은 나에게 삶의 지혜를 다시 일깨워 준다. 밭을 매면서 벽한 대충주의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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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부조아 2011.08.01 16: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배우고 싶은 삶의 지혜!!! 완벽하게 1번보다 대충대충 3번이 낫다!!!

먹다 남은 파 뿌리를 텃밭상자를 만들어 꽂아 두었는데, 기특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부추 아니오, 쪽파도 아니오, 클대자 대파인데...이제 겨우 잔디만큼 다랐다. 주말에 밭에 옮겨심으면 쑥쑥 자라주려나?


파 모종 끝에 파씨(검은 깨 같은 거)가 대롱 대롱 매달려있다. 안 그래도 가느다란 싹이 휘청거린다. 

 
대파 집에서 키워먹기(1) 씨 뿌리기 편 http://ecoblog.tistory.com/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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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이 한창이다.
무심결에 지나치던 밭두렁, 천변에 주저 앉기만 해도 쑥이 쑥쑥 올라온다. (그래서 쑥인가?)
앉은 자리에서 뜯어도 한 번 국거리가 충분하고,
반나절 뜯어면 쑥떡거리를 얻는다.

텃밭동무, 7살 이룸이가 그랬다.
"봄쑥 뜯어서, 쑥국 먹고, 쑥쑥 클래요"

텃밭 어르신은 그런다.
"우리처럼 철 있는 사람들이 어딨냐고...봄이면 쑥 뜯어 먹고, 여름이면...."

맞다.
우리는 클 수 있고, (몸이 안되면 마음이라도^^)
우리는 철 들 수 있고,
인간도 될 수 있다.(웅녀처럼...ㅋㅋ)

봄! 봄에는 쑥 좀 뜯어 먹자규~~!!


쑥국 끓이기

1. 멸치다시마 육수를 우린다.
2. 된장을 푼다.
3. 다음어 씻은 쑥을 생콩가루에 버무린다.(콩가루 버무림 생략해도 됨)
4. 주욱 끓인다(쑥 본래의 향을 살리기 위해 마늘 등 기타 재료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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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슝 2011.04.11 1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쑥~꾹 쑥꾹 쑥꾹새~
    쑥국, 쑥차 크아! 정말 조치요!!

텃밭 식구들에게 얻어온 핑크 장화와 아기의자
토요일부터 오늘 아침까지 3일 내내 장화 신고(하의실종에 핑크 장화라...ㅋㅋ)
꼬마 의자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완전 수지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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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딸 하는 말 딱 4가지, 아빠(엄마는 아직;;;), 꽃(꽃도 꽃, 나무도 꽃, 풀도 꽃!), 워워('멍멍'이 아니라 '레알'강아지 소리), 끙(똥 누는 소리), 그리고 꼬꼬(앞 음절 엑센트)...다른 건 집에서 다 available한데, 꼬꼬는 책 속에서만 만났었다. 그 꼬꼬를 드디어 현실세계에서 만났다!!! 텃밭 옆집 마당에서, 게다가 병아리 깐지 얼마 안 된(아직도 알을 품고 있는) 꼬꼬다. 정확히는 '오골계'인데, 소율이한테는 모두 '꼬꼬'다. 그 감격스러운(!) 현장 스케치...입은 동그랗게 모으고 계속 '꼬꼬', 얼굴은 까마귀랑 친구해도 되겠고, 표정은 이게 꿈이야, 생시야...하고 있다.^^

소율아...울지마...생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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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코인 2011.04.11 18: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옴마야...저 표정 어쩔거니...
    까마귀 친구 너무 귀여워요...

  2. 배켠 2011.04.14 0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꼬지꼬지 우리 새끼~~

서울시에서 '주머니 텃밭' 1만개를 4월 6일부터(오늘부터) 신청받아 분양한다. 주머니 텃밭은 기존의 플라스틱 상자를 활용한 텃밭보다 가볍고, 접을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내부에는 분갈이 흙과 경량토,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상추, 배추 등 모종과 매뉴얼이 함께 지원된다. (무료면 더 좋겠지만, 서울그린트러스트의 녹색복지기금 적립 명목으로 개당 2,000원씩 받습니다.^^)


신청대상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작은공동체(동아리, 단체, 회사)나 노인을 모시고 사는 가정, 동네의 거리나 골목길 녹화를 원하는 주민협의회, 복지관, 단체 등이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전화(☎02-462-7432)나 시민단체 카페(cafe.naver.com/urbangreening), 푸른도시국 홈페이지(greencity.seoul.go.kr)에서 제공받은 신청서 양식을 작성한 후 팩스나 이메일로 접수하면 된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와 서울그린트러스트가 공동 주최하며, 신한금융그룹과 유한킴벌리의 후원으로 추진된다.

기사 바로가기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1040410250883012&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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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텃밭에 갔습니다. 그동안 큰 비, 작은 비가 계속 내려 밭에는 풀과 모기떼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궃은 날씨와 게으른 관리(방치...) 속에서도 이렇게 잘 자란 먹을 것들을 얻어왔습니다. 다 말라비틀어져가는 옥수수 줄기에서 생각지도 못한 까만 옥수수가 몇 개가 나왔는데, 크기가 작기는 하지만 알도 꽤 들어차있고, 그 빛깔만큼은 최곱니다. 올 여름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노각오이도 몇 개 건졌고요. 땅 밑에서 열심히 알을 키우고 있을 고구마 줄기도 한 움큼 따와서 남편이랑 앉아 껍질을 벗겨놨습니다. 덕분에 손톱 밑이 까매졌어요. 흑!


 
오늘 최대의 수확은 호박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심은 건 아닙니다. 공동으로 관리하는 텃밭의 호박줄기가 우리 밭으로까지 뻗어왔는데, 거기에 이렇게 실한 놈이 하나 열린 거죠. 공동텃밭의 호박이 모두 수확된 걸 보니 이 호박은 우리 밭으로 넘어와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남편이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거 우리가 먹어도 되는 거지? 오성과 한음의 감나무 이야기와 같은 상황이라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지만, 우리 딸이 호박을 좋아하는데다 요즘 호박 하나에 2~3천원 하니까 저도 욕심이 났습니다. 결국 더 놔두었다가 썩히느니 누가 되었든 가져다 잘 먹는 것이 맞다고 (아전인수격 논리를 개발하여  챙겨왔습니다. 정당한 권리인지, 호박 가격에 눈이 멀어 욕심을 부린 건지 잘 모르겠지만(솔직히 후자쪽이겠죠?), 암튼 뜻하지 않은 호박 하나 때문에 토요일 오후가 아주 행복해졌습니다. 귀하고 귀한 호박 어떻게 해먹을까 행복한 고민중입니다.^^  아..호박주인요? 먹는 게 임자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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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만에 밭에 갔더니 오이가 노각이 되어 있습니다. 노각은 늙은 다리라는 뜻인데, 늙은 오이를 말합니다. 아마 거칠게 금이 간 피부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거 같은데, 늙었다고 무시하면 안됩니다. 젊은 오이가 수분이 많은 반면, 노각은 영양분과 질감이 젊은 것들보다 더 좋습니다. 새콤달콤하게 무쳐먹으면 아삭아삭하니 여름반찬으로 그만이랍니다.


깻잎은 심지도 않았는데, 봄부터 끊이지 않고 (자연으로부터!) 잘 얻어먹고 있습니다. 씨가 어디선가 날아왔는지 밭 여기저기에 깻잎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얻은 깻잎은 파는 것과 달리 연하고 향이 진합니다. 엄마가 해주신 족발을 쌈 싸 먹을 때나 닭갈비 마지막 고명으로 얹어 너무 잘 먹고 있습니다. 이모가 소율이 깻잎 머리 만들어주고 있는 중...예쁘죠?


남편이 오줌액비를 뿌립니다. 웃거름으로는 오줌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만들기도 간단, 받아서 2주 이상 숙성시키면 그걸로 땡입니다. 이렇게 하면 집에서 물도 아낄 수 있지요. 집에서 가장 물을 많이 쓰는 곳 중에 하나가 변기니까요. 한번 누를 때마다 13리터 이상의 물이 흘러가니 오줌 한 통이면 생수병으로 100개 이상의 물을 아끼는 셈입니다.


5평 텃밭이 많은 걸 줍니다. 좋은 먹거리를 줄 뿐만 아니라, 좋은 친구를 만나게 해주고, 아이의 놀이터가 되어주고, 자연을 조금씩 이해하고, 지구를 덜 불편하게 해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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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엔 비가 와서 밭에 일은 글렀지만, 그래도 점심 때가 되니 하나 둘 비닐하우스로 모여들어 솔잎 바베큐에 막걸리를 마시며 놀았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시간이 나서 다시 텃밭에 들렀습니다. 왁자지껄해서 흥겨운 토요일과 달리 일요일에는 한가하고 조용해서 좋더라구요.

우선 아기는 커다란 양동이 안에 넣어 한켠에 세워두었습니다. 한참은 그러고 잘 놀았는데, 결국 양동이가 쓰러져 밭에 넘어졌습니다.^^


장화로 갈아신고, 풀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밭일 중 대부분은 풀을 뽑는 일일 정도로 풀은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 풀을 뽑다보면, 그야말로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잎채소는 얼마나 잘 자라는지, 주말마다 와서 뜯고 뜯어도 매번 한 바구니씩 수확을 해갑니다. 이번주 우리집 밥상은 안 봐도 비됴지요?^^ 휴~저거 다 먹으려면 쌈 싸먹고, 무쳐먹고, 비벼 먹고 부쳐먹고...부지런히 먹어야겠네요.


텃밭지기님들이 애써 키운 딸기인데, 엉뚱한 사람들이 호강을 했습니다. 가만 보니 오늘 따먹지 않으면 물러지게 생겼길래 얼른 따서 먹은 거지요. ㅋ 하우스 딸기의 단맛, 크기와는 달리, 노지에서 자란 딸기라 작고, 첫맛은 달지만 뒷맛은 싸르르~한...원래 딸기의 맛은 이런 거구나...하는 야생의 단맛이었답니다.

옆의 밭에 오이가 너무 예쁘게 달려 그만 서리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딸을 예뻐하는 분의 밭이니까 용서해주겠
죠?ㅋㅋ 오이맛에 감격했는지, 오이에게 뽀뽀를 다 하네요. 


순무도 수확했는데,(사실은 실패해서 다 뽑아버림) 어떻게 먹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잘 씻어두고...이러는 동안 딸이 발그랗게 익은 채로 땀을 뻘뻘 흘리며 이름 모를 풀을 뽑아 골몰하고 있네요.


감히 농사일을 거론할 주제는 못되지만. 가만 보면 재미난 일이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풀을 열심히 맸는데도,  아예 그냥 방치하여 내버려둔 밭만도 못하게 작물이 자라는 거지요, 우리 감자밭이 딱 그짝이거든요.
이 대목에서 투입이 많다고 산출이 많은 것이 아니며 농사일은 모두 하늘에 달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즉 '진인사대천명' , 최선을 다하되, 그 결과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러고 있다보니 하루해가 저물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뜯어온 부추로 부추전을 만들어 우선 허기를 달래고
상추, 치커리, 쑥갓, 미나리, 부추, 당근새싹에 집에서 막 가져온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 잘 먹었습니다.
아...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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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딸이아빠 2010.06.14 0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렇게 키워야 하는데...저흰 아파트를 못 벗어나네요.
    부럽습니다.

    • 그린C 2010.06.16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후후...텃밭도 좋지만, 의외로 우리 주위에는 자연이 많답니다.
      동네 나무와 꽃, 돌맹이 하나까지...
      아이와 함께 나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