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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05 목욕탕에 갔더니... (4)
동네 목욕탕에 갔다.

지난 봄에 가고, 처음이다.

그 사이 요금이 50 % 인상이다.

그래봤자, 2000원에서 3000원이다.

기꺼이 천원 짜리 한 장 더 내밀 용의가 있다.


시설은 후졌다.

그러나 기본은 있다.

난 이런 게 좋다.

너무 많은 서비스는 반갑지 않다.



탕에 들어앉는다.

몸이 부웅~ 떠오른다.

다시 꾸욱 눌러앉는다.

그래, 이렇게 따뜻한 물에 몸을 푸욱 담그고 싶었다.

이렇게 위로받고 싶었다.



온탕에 들어앉아 냉탕을 바라본다.

온탕에 들어가면, 냉탕을 그리워하고,

냉탕에 들어가면 온탕을 그리워한다.

몇 번을 왔다갔다 하다 사우나에 들어간다.

다들 가부좌를 틀고 명상 중이다.

나도 한 자리 차지한다.

헐, 숨막힌다.

들어오자마자 나가고 싶다.

하지만, 왠지 아까운 마음이 든다.

저 사람보다 더 오래? 경쟁자를 선정할까? 유혹이 스멀스멀...

그러다 멈칫, 나가고 싶으면 박차고 나가면 되지 무슨...

사우나에서 나와 다시 냉탕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없는 냉탕에서 잠영을 시도한다.

작은 냉탕은 내 짧은 호흡만큼의 잠영에 딱 알맞다.
 
딱 내 스케일이다.


목욕을 다 하고 나오니 세상이 달라졌다.

간밤에 내리던 비도 그쳤고,

구름 사이사이로 파란 하늘이 흐른다.

지난 주 내내 심은 밀싹들이 잘 자랄 것이다.

오늘 우리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덜 불편할 것이다.

모든 것이 나를 위해 돌아가는 것 같다.


천원 짜리 3장에, 1시간을 투자하고 나오니, 세상이 달라보인다.

아...완전 저렴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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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코살롱 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