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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7 어느 따뜻한 저녁, 다시 마을이다. (6)
어릴 때 저는 시장통에서 두부집 딸로 자랐습니다.
시장통이란 물리적 거리의 근접성은 물론 사회경제적 공동체를 이루면서 집집의 사정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사춘기 때 저는 마을에 대한 애정보다는 어쩔 수 없이 노출됨으로 인하여 생기는 지나친 관심과 주목이 그리 반갑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리 마을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서서히 마을이 느슨해지기 시작했고, 대학 때문에 집을 떠나오면서 마을의 울타리를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자유로움과 익명성을 좋아했고, 즐겼습니다. 
그렇게 타지에서 십여년을 살았는데, 아이를 낳고 집에서 생활하다보니 그간 관계의 공허함과 마을에 대한 그리움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군요. 또 머리속으로는 마을 전체가 아이를 길러야하는데...라는 생각이 맴맴 돌았습니다.
그러나 자유롭고 독립적 개인이라는 이름으로 고립되어 있는 자아는 외부와 소통하는 법도 차츰 퇴화되어가고 있었고,
또 연대와 돌봄이 있는 그런 마을은 없어진지 오래였습니다.
사진출처: 커피마을(http://coffeevillage.co.kr/)

그렇게 체념하고 지내오던 터에 언제부터인가 우리집 아래에서 소음이 들려왔습니다.
그 소음으로 인해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기 시작했고, 커피집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커피 좋아하니까 마냥 커피집이 오픈하기만을 기다렸죠.
손바닥만한 커피집은 생각보다 길어졌고, 나중에 그 사정도 직접 가구도 만들고 인테리어도 직접 하느라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소음을 내서 마을 사람들이 들여다보게 했다는 농담반 진담반 같은 이야기도 듣게 되었고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커피마을은 단순히 커피숍이 아닙니다.
평소에는 청소년 도서관, 공부방으로, 주말에는 교회로 쓰입니다.
그러면서 마을을 고민하고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사진출처: 커피마을(http://coffeevillage.co.kr/)

어제는 그 첫걸음으로 마을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어스름 초저녁부터 동네 골목 어귀에 자리잡은 이곳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동네에 사는 세 자매의 클래식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다닥다닥 어깨를 붙이고 앉아 음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따로 없어 작은 손놀림과 눈동자까지 다 보이는 지근거리에서의 감상하는 음악회였습니다.
다른 콘서트에서는 실례가 될지 모르는 부스럭부스럭거리는 소리, 들락날락거리는 사람들, 그리고 연주자들의 작은 실수까지도 차라리 사랑스럽게 보였습니다.
마을지기인 목사님은 그 사이 커피를 내리고 와플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청각 뿐만 아니라 시각, 후각, 촉각을 오감을 모두 자극하는 4D 음악회였다고나 할까요?
 아기 때문에 재대로 감상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냥 이런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 따뜻한 저녁이었습니다.
경쟁과 불안이 지배하는 요즘 세상에 마을이라는 희망의 단초가 자라고 있는 거 같아 흐뭇해졌습니다.
이렇게 다시 마을을 꿈꿀 수 있어 행복합니다.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