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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08 내 생애 첫 항아리 (2)
지난 주말 친정에 가서 작은 항아리 하나를 받아 왔습니다.
>>>짜잔~ 요렇게 생겼습니다.
요 작은 항아리에 새로 담은 고추장을 담아주신 겁니다.
전화로 저에게 줄 고추장 항아리를 샀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걸 어떻게 가져가라고 하며 펄쩍 뛰었는데,
막상 항아리를 받아드니 마음이 달라지더라구요.
항아리를 보는 순간, 탐이 나는 거 아닙니까?
우선 생김새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담하지만 야물딱지게 동글동글하니 
항아리 생긴 것처럼 배 부르고, 알부자가 된 느낌도 들고
화수분처럼 뭔가 계속 나올 것도 같고
하나쯤 갖고 있어도 손해볼 건 없겠구나하는 간사한 생각이 든 거지요.
그리고 엄마가 항아리를 안겨준 순간, 
옛날 시집갈 때 기분이 이랬을까 싶기도 하고...
진짜 제대로 살림을 살게 된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오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항아리는 흔히 '숨을 쉰다'고 표현하죠.
미세한 공기 구멍이 있어 통기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항아리에 음식물을 담그면 잘 익고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치와 장류 등 발효식품을 저장하는 그릇으로 많이 사용되어왔죠.
쌀 등 곡식 등을 넣어두면 특유의 방부효과가 있어 오랫동안 썩지 않으며,
우리가 쓰는 그릇 중에서 가장 자연에 가까운 그릇이어서
우리 몸에 해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깨지더라도 쉽게 흙으로 환원되니
'잘 생긴 녹색물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효식품을 중심으로 음식문화가 전개된 우리는 예로부터 집집마다 장독대를 갖추고 살았고
그 집 장독대를 보면, 살림살이를 짐작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 잦은 이사, 냉장고의 등장, 집에서 해먹는 것보다 사먹는 문화가 만연해지면서
장독대는 어느덧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요런 세간을 하나씩 보태줄 때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옵니다.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형편에 장독대까지 갖추고 살지는 못해도
요 항아리 하나가 우리집을 '사람 사는 집' 같이 만들어놓았네요.
앞으로 장독, 김치독, 쌀독 이렇게 항아리를 늘여가게 될지
아님 당장 앞으로 이사할 때 애물단지가 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한동안 요걸 쳐다보면 흐뭇할 거 같아요. 
또 항아리 보면서 항아리처럼 외모도 마음도 둥글게 생긴 엄마 생각 많이 나겠죠?
항아리에 담겨서 그런지 고추장 색깔도 너무 예쁘고 윤이 나네요.
엄마...화수분처럼 오래도록 이 항아리 채워줄거지?
그렇게 기도해봅니다.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