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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1 커피가 아기를 키웠다고?

웬만해서는 돈 안 쓰는 나도, 아끼지 않는 게 있다. 다름 아닌 커피 값이다. 아기 옷은 죄다 얻어 입히면서도 커피값은 아깝지 않다. 어떨 땐 밥값보다 더 비싼 커피를 마신다. 뭐...나를 된장녀라 놀려도 좋다. 누가 뭐래도 나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니까!^^


 

커피를 좋아하는 나의 경우, 커피 한 잔이 아기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하루는 내 의지와 컨디션과는 전혀~ 상관없이 아기가 눈을 뜨면 개시된다. 그러다보니 세수는커녕 눈곱도 제대로 못 떼고 아기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며 뒤치닥거리를 시작한다. 아침 해서 먹이고, 빨래 돌리고, 대충 청소하고, 간식먹이고, 같이 놀아주다 점심 먹이고 책 읽어주다 아기를 재우고 나면, 그제서야 휴~한숨을 돌린다.

아기가 잠들면, 나의 엄마노릇은 올스톱!!! 나, 김연희로 돌아간다. 집구석이 엉망진창, 할 일이 코앞에 수만가지 쌓여있어도 마찬가지다. 자유인이 된 나는 커피부터 내린다. 커피 향이 집안에 퍼지는 동안, 좋아하는 음악도 틀고, 세수도 하고, 거울도 보고, 눈곱을 뗀다. 그런 다음 다른 사람이 되어 최대한 우아하게 앉아 커피를 마신다. 그때 신문을 펼쳐서 세상 돌아가는 것도 보고, 아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조금 더 여유가 있으면 책도 뒤적인다. 그러면서 육아로 자주 곤두박칠치곤하는 자존감을 한껏 고양시킨다. 지금까지 젖을 물리고 있지만, 하루에 커피 한 잔만큼은 양보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안 받고 싶어서 전화를 안 받거나 아예 꺼두기도 한다. 좀 이기적이라도 비난받아도 할 수 없다. 이 시간이 소중하니까!!!ㅋㅋㅋ


아기가 왜 잠잘 때 가장 예쁜지...아기를 키워본 사람들은 다 안다. 자는 모습이 천사 같아서도 그렇지만, 그 시간만큼은 잠시나마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나로 살아있는 시간이어서 그렇다. 아기 낮잠 시간에 마시는 커피 한잔이 아니었다면, 나는 진즉에 가출(?)했을지도 모른다.ㅋㅋㅋ 나는 밥심이 아니라 커피 힘으로! 같으면서도 매일 또 다른 하루를 살아낼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

이 금쪽같은 시간에 마실 커피는 꼭 좋은 커피라야 한다. 꼭 비싸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급 드립커피든 다방커피든 상관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면 된다. 나의 경우엔 동네에 직접 로스팅하는 커피가게가 있어서 거기서 사먹는다. 사 먹는게 부담스러울 때는 생두를 직접 뚝배기에 로스팅해먹기도 한다.


가끔 동네에 있는 단골 커피가게에 나가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날씨가 좋아서 그냥 나가고 싶거나, 반대로 기분이 꿀꿀하고 답답하거나, 그냥 무작정 누군가 타준 커피를 마시고 싶거나 할 때 간다. 하루종일 아기에 서비스해야 하는 신분에서, 서비스를 받는 고객으로 바뀌는 역전!의 순간이다. 아기 엄마의 생활반경이란 집, 기껏해야 마트, 공원을 못 벗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끔 답답할 때 찾아갈 단골 커피가게가 있다는 것은 크나큰 위로가 된다. 커피는 모름지기 누군가 타주는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법인데다, 얼굴과 사정을 잘 아는 단골가게라면 더더욱 환영받고 대접받기 때문에 더 그렇다. 커피를 혼자 마셔도 좋고, 가게 주인과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단골가게에서는 아기로 인한 어떤 돌발상황이 생겨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여차하면 집으로 달려갈 수 있어서 좋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육아서에서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화 내지 말고, 마음을 비우라 한다. 그러나 나는 인격수양이 덜 된 탓인지 그게 잘 안 된다.(인격수양을 해도 마찬가지일 듯 싶지만;;;) 애를 키우다보면 미치기 일보 직전, 아니 미치는 일이 다반사다. 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3살 미만의 엄마로 살려면 죽었다고 생각하라고 한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예측 불가능한 일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고, 그래서 24시간 내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웬걸...죽었다고 생각하기엔 나는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있다. 아기가 모든 감각을 자극하고 열어놓기 때문에 더더욱 깨어있다. 그럼 이 모순적 상황을 어떻게 해야하나?가장 경제적이면서 효과적인 것은 잠시 잠깐이라도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아닐까? 억지로라도 갖는 게 좋다. 그래야 내가 살고, 아기도 산다. 아...그리고 남편도!!! 남편들이여!!! 아내의 커피(또는 잠깐의 여유를 위한 작은 무엇)을 아까워하지 말라~ 그럼 가정에 평화와 복이 있나니!!!

헐!!! 에엥~~이건 신데렐라 부엌데기로 돌아갈 시간을 알리는 알람소리..흐흐흐...
 
베이비트리 <돈 없이 아기키우기> 연재한 글입니다. 
http://babytree.hani.co.kr/archives/16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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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코살롱 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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