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맛보기로만 캤던 고구마를 캐기 위해 본격적인 삽질을 시작했다. 삽질...얼마만의 삽질인가...ㅋㅋ 난 곱게 자라지 않았으므로 분명 처음은 아닌데...기억이 가물가물. 땅 파는데 갑자기 누군가 '땅을 파보라고 십원 한 장 나오나' 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ㅋㅋㅋ 정말 십원 한장은 안 나왔지만, 지렁이와 고구마가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삽질 몇 번 하다가, 타임...주말에만 마시는 특별 음료수를 마시는 신성한 시간. 가끔 전 팔도에서 공수한 막걸리를 다 먹어보지만, 보통은 수퍼에서 파는 서울탁주, 그리고 가끔 박통이 좋아했대서 그 이름도 드높은 배다리 막걸리가 황송하게도 우리동네에 있어주시는 바람에 주로 마시고 있다.  


목만 축이고 일어나 일하시던 아저씨들과 달리 자리 깔고 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들을 보고, 농사 지으러 오는 건지, 막걸리 마시러 오는 건지 모르겠다고 놀리자, 그럼 다들 농사지으러 오신 거였어요? 하고 댓거리를 하고 한바탕 웃었다.


앉아서 막걸리나 마시고, 앉아서 농사 짓는 시늉만 했는데도 배추가 제법 자라주었다. 우리가 무식쟁이에, 놀음뱅이여도 천상 농사꾼 하늘이 이만큼 지어준 거다. 아..그런 줄 뻔히 알면서도 우매한 인간은 괜히 우쭐한다. 나...배추농사 짓는 사람이야...ㅋㅋㅋ


그러나 이번주가 고비다. 이번주부터 한파가 온다고 해서 걱정이다. 여러 고수님들도 비닐을 덮어두라, 그냥 둬도 괜찮다...훈수가 갈린다. 우리는 비닐 덮지 말고, 그냥 하늘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영하로 내려간다고 하면 현수막을 덮어주기로 했다. 배추야~추워도 잘 견디고 있거라...


서리가 오면 먹지 못한다는 부추를 뜯기 시작했다. 모름지기 반년은 나를(내 입을) 행복하게 했던 부추와의 이별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짜안~ 고마웠다. 친구야~~


고구마 반 박스, 부추, 알타리 솎은 거, 문 걸어 잠그고 혼자 먹는다는 가을상추, 쑥갓, 그리고 옆밭에서 서리한 호박...가을에 밭에 가면 가난한 친정에 가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한 상자 가득 채우고는 남편이 행복해했다. 남편은 텃밭 가는 길과 뭔가 들고 집에 가는 길이 그렇게 행복하다고 한다. ㅋㅋㅋ 나도 그길이 좋지만, 나는 주말에만 마시는 특별 드링크가 더 좋다우...ㅋㅋㅋ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