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잘 하는 건 아닌데, 손님밥상 차리는 게 좋다. 올해 봄에 친정집에서 싣고 온 쌀 한 포대가 진작에 다 떨어지자, 엄마가 누구 퍼주지 않은 이상 그럴 리가, 그럴 수가 없다고 하셨다. 우리 세식구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몇 개월 안에 쌀 한 포대를 먹을 수가 없다는 거다. 손님상을 많이 차려서 쌀이 헤퍼서 생긴 일이다.  

그런데, 손님밥상을 차릴 때 꼭 고민하는 게 한가지 있다. 고기요리를 할까 말까? 얼마 전까지 손님이 오면 무조건 고기를 샀다. 하다못해 생선이라도 있어야지 없으면 허전했다. 그런데, 요즘엔 점점 고기음식을 안 하기 시작했다.  텃밭에서 아니면 여기저기서 좋은 재료를 얻고 있고, 또 채소 요리에 재미를 붙였고, 그리고 평소에는 잘 안 먹는 채소나 버섯음식을 많이 대접하고 싶어서 일부로 그런다.

마침 집에  호박, 가지, 무, 당근, 지난 봄에 말려두었던 표고버섯, 취나물, 차조기나물이 있다. 딱 비빔밥 재료다. 콩나물만 하나 더 사면 완벽하다. 소고기를 사서 볶아 말아? 상 차리기 직전까지 고민하다 안 하기로 했다. 단백질하면  빠지지 않는 표고버섯, 된장 뚝배기와 계란 고명이  있으니까...오이지로 물김치 만들고, 가지 부쳐서 김치만 곁들이면 준비 끝!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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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남편이 사라졌다. 그런 날이 더러있다. 아기와 모든 생활을 같이 하다보니 아기가 자면 젖 먹이다 같이 잠들고, 아침에도 아기가 깨야 나도 깬다. 즉, 오늘 남편이 우리가 깨기 전에 전격!!! 출근한 것이다. 워낙에 부부애가 절절한 편은 아닌데^^, 오늘따라 남편한테 미안하다. 고요 속에서 고양이 발로 출근한 그는 어느 블라인드 테이블에 앉아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르는 음식들로 빈속을 채우고 있을텐데, 나는 이런 황송한 밥상을 차리고 있다니...

우선, 아는 분이 직접 농사지은 현미찹쌀밥...


주말에 해먹고 남은 가지호박볶음, 가지는 엄마가 기른 거고, 호박은 이웃에 사는 지인이 주셨다. 


주말에 텃밭에 고구마줄기 정리하고 식구 수대로 손톱 밑이 까맣도록 다듬어 삶고 볶은 고구마줄기들깨볶음도 한 자리 잡고,


역시 텃밭에서 잘라온 향긋한 부추...이런 부추 또 없습니다. ㅋㅋ


지난 주말 솎아낸 어린 알타리무를 마크로비오틱 원칙에 입각하여 뿌리채로 풍덩~~


마지막으로 어제 먹고 남은 콩나물국에 콩나물 고명 삼아 건져 넣고, 고추장, 엄마가 짜준 참기름 몇방울 또르르... 


고소한 숙채와 신선하고 알싸한 생채의 판타스틱한 조화...게다가 마침맞게 낮잠 자주(시)는 우리 아기의 효녀본능!!! 크하하하....남편, 미안해...혼자 잘 먹어서...

덧붙여, 비빔밥 예찬
- 찬밥, 남는 반찬, 푸성귀 손쉽게 해결
- 설거지거리를 남기지 않는 센스
- 나같은 아기엄마의 금쪽같은 아기 낮잠시간의 효율적 시간 활용
...therefore I love it!!!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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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화왕언트 2010.10.19 13: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비빔밥 맛나겠네요. 남편분 집에 오시면 맛나게 해주세요. ㅎㅎ

토요일엔 비가 와서 밭에 일은 글렀지만, 그래도 점심 때가 되니 하나 둘 비닐하우스로 모여들어 솔잎 바베큐에 막걸리를 마시며 놀았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시간이 나서 다시 텃밭에 들렀습니다. 왁자지껄해서 흥겨운 토요일과 달리 일요일에는 한가하고 조용해서 좋더라구요.

우선 아기는 커다란 양동이 안에 넣어 한켠에 세워두었습니다. 한참은 그러고 잘 놀았는데, 결국 양동이가 쓰러져 밭에 넘어졌습니다.^^


장화로 갈아신고, 풀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밭일 중 대부분은 풀을 뽑는 일일 정도로 풀은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 풀을 뽑다보면, 그야말로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잎채소는 얼마나 잘 자라는지, 주말마다 와서 뜯고 뜯어도 매번 한 바구니씩 수확을 해갑니다. 이번주 우리집 밥상은 안 봐도 비됴지요?^^ 휴~저거 다 먹으려면 쌈 싸먹고, 무쳐먹고, 비벼 먹고 부쳐먹고...부지런히 먹어야겠네요.


텃밭지기님들이 애써 키운 딸기인데, 엉뚱한 사람들이 호강을 했습니다. 가만 보니 오늘 따먹지 않으면 물러지게 생겼길래 얼른 따서 먹은 거지요. ㅋ 하우스 딸기의 단맛, 크기와는 달리, 노지에서 자란 딸기라 작고, 첫맛은 달지만 뒷맛은 싸르르~한...원래 딸기의 맛은 이런 거구나...하는 야생의 단맛이었답니다.

옆의 밭에 오이가 너무 예쁘게 달려 그만 서리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딸을 예뻐하는 분의 밭이니까 용서해주겠
죠?ㅋㅋ 오이맛에 감격했는지, 오이에게 뽀뽀를 다 하네요. 


순무도 수확했는데,(사실은 실패해서 다 뽑아버림) 어떻게 먹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잘 씻어두고...이러는 동안 딸이 발그랗게 익은 채로 땀을 뻘뻘 흘리며 이름 모를 풀을 뽑아 골몰하고 있네요.


감히 농사일을 거론할 주제는 못되지만. 가만 보면 재미난 일이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풀을 열심히 맸는데도,  아예 그냥 방치하여 내버려둔 밭만도 못하게 작물이 자라는 거지요, 우리 감자밭이 딱 그짝이거든요.
이 대목에서 투입이 많다고 산출이 많은 것이 아니며 농사일은 모두 하늘에 달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즉 '진인사대천명' , 최선을 다하되, 그 결과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러고 있다보니 하루해가 저물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뜯어온 부추로 부추전을 만들어 우선 허기를 달래고
상추, 치커리, 쑥갓, 미나리, 부추, 당근새싹에 집에서 막 가져온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 잘 먹었습니다.
아...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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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딸이아빠 2010.06.14 0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렇게 키워야 하는데...저흰 아파트를 못 벗어나네요.
    부럽습니다.

    • 그린C 2010.06.16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후후...텃밭도 좋지만, 의외로 우리 주위에는 자연이 많답니다.
      동네 나무와 꽃, 돌맹이 하나까지...
      아이와 함께 나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