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전화했더니 목소리에 생기가 없다.
"엄마, 어디 아파?"
"아니..."
"그럼, 목소리가 왜 그래?"
"좋은 고추 못 사서 속상해서 그러지..."

우리 밭에서 딴 고추, 청양고추도 아닌데, 무지하게 매운 이유는 뭐지?


지금 때가 좋은 고추를 사서 말려야 하는 시기인가보다.
그런데 좋은 고추를 구하기도 어렵고, 값도 비싸졌다고 한다.
올해 날씨가 너무 안 좋았기도 했지만, 원래 고추는 병이 잘 든다.
텃밭 농부의 속을 태우는 가장 대표적 작물이 바로 고추다.

시골에 고추 말리는 게 보기 좋아 밭에서 딴 빨간 고추를 처음 말려보는 중


고추농사는 이렇게 어려운데, 사람들은 점점 더 맵고 자극적으로 먹는다.
그러니 약 치고 빨갛게 물감 칠한 거 수입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추농사를 많이 만들어내야 하는 거다.

고추 때문에 엄마가 속상해하는 걸 보면서, 전격! 결심했다.
고추를 덜 먹어보기로...
난 원래 시뻘건 김치, 매콤한 음식을 좋아하지만,
고추 농사가 어렵다면, 고추를 덜 먹는 게 맞다.

사실 고추는 우리 땅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원래 열대지방 작물이니까 우리나라에서 농사가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올해부터 나는 직접 배추 농사를 짓고, 백김치 담는 법을 배워서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김장도 이북식으로 좀 하얗고 시원하게 해보자고 말했다.
엄마도 동의했다.
고추가루, 어려운 이별의 시작이다.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
지난주에 맛보기로만 캤던 고구마를 캐기 위해 본격적인 삽질을 시작했다. 삽질...얼마만의 삽질인가...ㅋㅋ 난 곱게 자라지 않았으므로 분명 처음은 아닌데...기억이 가물가물. 땅 파는데 갑자기 누군가 '땅을 파보라고 십원 한 장 나오나' 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ㅋㅋㅋ 정말 십원 한장은 안 나왔지만, 지렁이와 고구마가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삽질 몇 번 하다가, 타임...주말에만 마시는 특별 음료수를 마시는 신성한 시간. 가끔 전 팔도에서 공수한 막걸리를 다 먹어보지만, 보통은 수퍼에서 파는 서울탁주, 그리고 가끔 박통이 좋아했대서 그 이름도 드높은 배다리 막걸리가 황송하게도 우리동네에 있어주시는 바람에 주로 마시고 있다.  


목만 축이고 일어나 일하시던 아저씨들과 달리 자리 깔고 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들을 보고, 농사 지으러 오는 건지, 막걸리 마시러 오는 건지 모르겠다고 놀리자, 그럼 다들 농사지으러 오신 거였어요? 하고 댓거리를 하고 한바탕 웃었다.


앉아서 막걸리나 마시고, 앉아서 농사 짓는 시늉만 했는데도 배추가 제법 자라주었다. 우리가 무식쟁이에, 놀음뱅이여도 천상 농사꾼 하늘이 이만큼 지어준 거다. 아..그런 줄 뻔히 알면서도 우매한 인간은 괜히 우쭐한다. 나...배추농사 짓는 사람이야...ㅋㅋㅋ


그러나 이번주가 고비다. 이번주부터 한파가 온다고 해서 걱정이다. 여러 고수님들도 비닐을 덮어두라, 그냥 둬도 괜찮다...훈수가 갈린다. 우리는 비닐 덮지 말고, 그냥 하늘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영하로 내려간다고 하면 현수막을 덮어주기로 했다. 배추야~추워도 잘 견디고 있거라...


서리가 오면 먹지 못한다는 부추를 뜯기 시작했다. 모름지기 반년은 나를(내 입을) 행복하게 했던 부추와의 이별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짜안~ 고마웠다. 친구야~~


고구마 반 박스, 부추, 알타리 솎은 거, 문 걸어 잠그고 혼자 먹는다는 가을상추, 쑥갓, 그리고 옆밭에서 서리한 호박...가을에 밭에 가면 가난한 친정에 가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한 상자 가득 채우고는 남편이 행복해했다. 남편은 텃밭 가는 길과 뭔가 들고 집에 가는 길이 그렇게 행복하다고 한다. ㅋㅋㅋ 나도 그길이 좋지만, 나는 주말에만 마시는 특별 드링크가 더 좋다우...ㅋㅋㅋ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