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오후한시'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6.29 나의 에코스러운 문화생활 (4)
젖먹이 아기엄마에게 문화적 욕구는 정녕 사치인걸가요? 영화나 공연은커녕 집에서 DVD 한편 제대로 보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물리적 시간이나 상황이 따라주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불쑥 치미는 욕구는 신간으로 나오는 책이나 CD로 대충 떼우곤 합니다. 근런데 이번주에는 문화풍년이 들었습니다. 문화판과 가까이 있는 좋은 친구를 둔 덕분에...역시 친구는 잘 두고 볼 일...흐흐흐...

토요일에는 프린지에서 일하는 친구의 초대로 프린지 사무실(옛날 부잣집) 마당에서 열리는 즉흥연극을 봤습니다. 아니 봤다기보다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해야겠네요. 제목은 "꿈을 보여드립니다". 꿈? 어떤 꿈? 어떻게? 궁금해졌습니다. 관객이 자신이 꿨던 꿈 이야기를 들려주면 배우들이 그 이야기를 대본삼아 즉흥연극으로 보여주는, 플레이백 씨어터 형식의 연극이었습니다. 즉흥연극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궁금했는데, 생각해보니 꿈처럼 연극 같은 게 또 있을까 싶어요. 꿈의 모든 요소는 너무 극적이고 몽환적인가하면 상징적이고 실존적이잖아요. 

다른 건 둘째치고, 무대와 관객석의 구별없이 아무렇게나 편하게 널브러져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저같은 아기엄마에게 딱이었어요. 아이의 돌발상황은 언제고 연극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다행히 큰 돌발상황은 없었지만, 아기 젖 먹이느라고 사진 한 장 찍어놓질 못했네요. 아쉽아쉽;;;;

일요일 오후에는 친구가 노리단 뮤지컬 핑팽퐁을 보여준대서 서울로 고고씽~. 오랜만에 발을 들여놓는 구로는 예전의 그 구로가 아니더군요. 완전 새삥~ 공연이 있는 구로문화밸리도 동네건물치고는 꽤 괜찮은...그러나 예전 구로(아니..이미지)를 기대했는지...웬지 아쉽더라구요.

노리단 공연은 이번이 세번째네요. 저는 노리단 공연이 넌버벌이어서 좋아요. 가끔은 말 말고 소리로만 통하고 싶을때 있잖아요. 소리는 솔직하고 명료한데, 말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서요. 특히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느라 머리가 바쁜 다른 공연에 비해 넌버벌 공연은 머리는 내려놓고 마음만 따라가면 되니깐 저같은 아기엄마한테 딱이죠. 중간에 아기 때문에 돌발상황이 생겨서 흐름이 끊어져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고...(물론 이번에는 아기를 데려가지는 않았지만...어쨌든...) 

핑팽퐁에서 소리는 곧 자아입니다. 탐구하고, 찾아내고, 여러 소리가 섞이고 어느새 어우러집니다. 피날레 노랫말처럼 외로울 때 언제든지 놀러갈 수 있는 곳, 헌 물건에서 소리를 찾고, 악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에코뮤지컬이 아니라, 잊혀지거나 버려진 가치를 찾아나선다는 점에서 에코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러고보니 본의 아니게 저의 문화소비가 에코스러워지고 있습니다. 관객의 꿈을 소재로 한 즉흥연극이나 주위에서 버려진 것들 사이에서 소리와 가치를 찾아내는 노리단의 핑팽퐁이나  최대한 자연스럽고, 생활의 소재를 활용하고, 비용도 줄이고, 관객과 심플하고 강력하게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게 에코 아닌가요?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어쨌거나 주말에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기꺼이 아기 보면서 밖에서 기다려준 남편...갑자기 고마워지네요. 노리단 핑팽퐁 공연은 끝났고, 프린지 페스티벌은 8월부터 시작되니 즐감하시길(특히 이땅의 가여운 아기엄마 동지들~)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피나파레아 2010.06.30 1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리단 핑팽퐁 끝나서 아쉽네요. 앞으로 노리단의 도전과 진화가 기대된다능...

  2. 노리단 오름 2010.07.02 15: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노리단의 오름입니다. 에코 뮤지컬 핑팽퐁을 재해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린C님의 리뷰를 스크랩해가며, 소박한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noridan@noridan.org로 주소와 성함, 연락처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핑팽퐁은 연말에도 다시 한번 펼쳐질 예정이니 다른 분들께도 많이 알려주세요! 고맙습니다.

    • 그린C 2010.07.06 13:13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우...선물까지...(<-공짜 선물 완전 좋아함ㅋㅋ)
      감사히 잘 받겠고, 연말에 꼭 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