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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01 [밭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 1] 완벽주의와 완벽한 대충주의 (2)
토요일 오후 땅콩밭을 매러 나갔다. 땅콩은 봄에 심어, 늦가을에 캐는 생육기간이 거의 1년 가까이 기다림의 작물이다. 난 원래 땅콩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밭에서 캔 땅콩을 껍질째 삶아먹은 뒤 땅콩이 좋아졌다. 땅콩의 진짜 맛을 알아버린 거다. 


밭에 도착한 시간이 마침 낮잠 시간이어서 오랜 만에 집중해서 밭을 맸다. 처음엔 땅콩 크기만큼 자란 풀을 깨끗하게 뽑아버리겠다는 심산으로 아주 집요하게 김을 맸다. 그런데, 너무 집중한 탓인지, 햇빛이 뜨거운 탓인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다시 마음을 바꿨다. 대충 한번만 매고 가자고... 밭을 맬 때는 '완벽하게 하려 들지 말고, 설렁설렁 세 번 매라'는 말이 있다.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는 밭 매기를 꼼꼼하게 하려다가는 지쳐 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설렁설렁 세 번 매는 게 낳다는 말이다.


나는 평소에는 빈틈 많은 대충주의면서도 뭔가 일을 시작하면 완벽주의를 사칭하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완벽주의라서 일을 완벽하게 처리했다기보다, 오히려 맺고 끊음없이 질질 끌면서 모든 게 무너지곤 했다. 겉으로 잘 마무리되어보였던 일 뒤에는 미련과 후회, 그리고 생활도 몸도 마음도 다 망가져 있었다. 이건 완벽주의가 아니라 자학이었다. 밭매기의 기술은 나에게 삶의 지혜를 다시 일깨워 준다. 밭을 매면서 벽한 대충주의 연습을 한다.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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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부조아 2011.08.01 16: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배우고 싶은 삶의 지혜!!! 완벽하게 1번보다 대충대충 3번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