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담그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1.15 결국, 강아지를 안고 펑펑 울다 (3)
  2. 2010.12.13 살다보니 이런 일이~김치대회에서 상 받은 사연 (1)
전화기를 타고 나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이상하다.
지난번 좋은 고추를 사지 못해서 속이 상했던 때만큼 안 좋은 목소리다.
그런데, 계속 괜찮다며 숨기려다,
내가 계속 캐어물으니 결국 실토했다.
김장, 아니 내가 화근이었다.
거의 시어머니뻘 되는 고모와 함께 2박 3일 동안 김장을 하면서 무척 속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
엄마를 가장 힘들게 한 부분은 '나'다.
고모가 배부른 며느리는 그렇다치고, 나는 뭐하느라 내려오지 않느냐고 타박을 한 것이다.
고모 말도 맞다.
김치의 주소비자는 나다.
그러나 엄마는 생각이 다르다.
뭘 해주면서 티내는 걸 너무 싫어한다.
뭐든지 조용조용하는 스타일이다.
김장할테니 내려오라? 그런 말은 절대 못할 사람이다. 
자식한테 공치사할 거면 안 해준다는 엄마다.
그런데 고모가 옆에서 이년, 저년 해가며 뭐라 그러니 속이 상한 거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엄마는 지나치게 자식 신세를 안 지고, 신경 안 쓰게 하려다보니 주위에서 이런 저런 말을 많이 듣는다.
며느리를 보고 더 심해졌다.
집에 돌아와서 아빠에게 하소연하려니 안 좋아하더란다.
나름 합리적인 아빠도 자기 식구 흉보는 건 싫은 거였다.
나에게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역시 속 상해할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다가
결국 우리 강아지를 끌어안고 울었단다.
그 강아지는 우리가 키우다 주인집 할아버지에게 혼나고 할 수 없이 데려다놓은 강아지였다.
에고고 이게 무슨 조화 속인지...
봉순이에게 고맙다고 해야하나...
우리 아이가 강아지와 친구하는 걸 보고,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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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코살롱 마담
올 한 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꼽으라면 당연히 '텃밭'에서 보낸 시간들!!! 처음부터 농사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 주말이면 TV와 붙어지내는 남편을 밖으로 끌어내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어라~ 시간이 갈수록 놀이도 되고, 휴식도 되고, 친구도 되고, 배움도 되고, 먹거리까지...그러니까 이게 일석몇조냐...어쨌든 그 치명적인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더랬다. 특히 우리 꼬마농부의 흙과 막걸리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본능을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면서(이날도 징징거리다가 막걸리병 부여잡고 즐거워했다는...) 아...그래 사람은 땅을 밟고 살아야지 행복에 겨웠더랬다. 더욱이 남편이 텃밭 가는 길과 텃밭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이 그리 행복했더라고 고백까지 했다. 그렇게 농사보다는 잿밥에 관심많은 풍신난 도시농부들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가 있었다.


모여서 인사도 나누고, 수육에 우거지국,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막걸리도 마시고...하이라이트는 텃밭에서 직접 기른 작물로 직접 담근 김장김치 대회!!! 우리는 김장을 담글 정도로 농사를 짓지 못해 제천에서 공수받은 엄마 김치를 출품했다. 다들 자급율을 따지는데, 우린 자급율 0%!!!ㅋㅋㅋ


빨리 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청각을 넣는 집, 감칠맛을 위해 단호박을 갈아넣은 집, 생갈치를 넣는 집, 동아박을 갈아넣은 집, 아내 도움 안 받고 남편 혼자 김장 담근 집, 머리털 나고 김치 처음 담은 집, 사이가 별로인 고부가 함께 김장 담다가 화기애애해진 집, 우리집 김치는 경상도에서 시집와 음식솜씨라고는 하나도 없던 엄마가 수년 전 음식솜씨 좋은 고모에게 비법을 전수받았는데, 바다도 없는 충청북도 제천 산골에서 낙지, 굴을 넣고, 젓갈 대신 생새우를 갈아넣는 호사로 개과천선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김치 맛 하나는 인정받아 김치냉장고가 처음 나왔을때 아빠로부터 김치냉장고를 하사받은 그런 김치되시겠다.
 

집집마다 김치 스토리텔링이 너무 재미나다. 김장 담그는 법도 다르고 물론 맛도 다 다르지만, 모두 자기집 김치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너무나 쟁쟁한 김치들이 많아서 상은 꿈도 안 꾸고 있었는데, 이게 웬일!!! 상을 하나 거머쥐었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다더니...ㅋㅋㅋ상 이름은 '익으면 맛있을 김치'상이다. ㅋㅋㅋ 직역하면, 지금은 맛 없지만 익으면 혹시 모르니 용기를 잃지말라~는 건데,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집 김치는 익어서 김치찌개를 끓이면 정말 입에 침이 줄줄 흐르는 그런 김치로써 상이 제 임자를 딱 만난 셈이었다. 부상으로 귤 한 박스를!!!(ㅋ...너무 좋아했나?) 일단 이 영광을 엄마에게...ㅋㅋㅋ


모두 직접 재배하여 직접 김장을 담그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싶었다. 그렇지만...노땡쓰!!! 나는 그냥 엄마김치 얻어먹고싶다. 언제까지고 말이다. 부디 내 손으로 김장 담그는 날 오지 않기를 바란다. 정말로...
 


사진출처: 풍시난도시농부 cafe.naver.com/daejari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