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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18 [시쳇말에...] 캐면 캘수록 고구마 줄기 (2)
아...기다리고 기다리던, 고구마 수확철이다. 고구마는 추위에 민감해서 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해야한다. 다음주에 본격적으로 수확하려면, 그 전에 할 일있다. 바로 요~~ 고구마줄기 정리다. 캐면 캘수록 고구마줄기라더니 정말 장난이 아니다.


고구마줄기는 반찬으로 해놓으면 맛은 있는데, 일일이 껍질을 벗겨내고 삶아내는 일이 꽤 번거롭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일이 좋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ㅋㅋ) 별것도 아닌 일에 잔머리부터 굴리는 등, 머리로 살다가 손을 놀리는 노동을 하게 되면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무슨 도사같다.^6) 그래서 머리가 어지러우면 일부러 이런 일을 벌리기도 한다.


이렇게 들으니까 부케같다. ㅋㅋ 한움큼 가득이지만, 껍질 까서 요리하면 딱 한 접시 나올까말까다. 그렇게 음식에서 얻는 에너지보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에너지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투입 노동, 투입 시간을 생각할 때 참 허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결과만 생각하면 그렇다. 그러나 과정을 즐기면, 허무하다기보다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든다. 평소에 모르고 살았던 번거로움과 불편함으로 인해 그동안 너무 쉽게 먹고 살았구나 잠시나마 반성할 수 있고, 또 손끝, 코끝의 감각을 깨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주에 본격적으로 고구마를 캘 거지만, 오늘은 시범으로 몇 개만 캐보기로 했다. 꽤 깊은 호미질 끝에 땅 속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민 고구마들이 땅의 기운을 머금은 보라색으로 빛난다. 정말 환상적 때깔^^ 사진으로는 다 표현이 안돼서 아쉽아쉽^^


고구마줄기 다듬는 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가사일은 단순반복적인 일이 많아서 혼자서 하면 귀찮은 잡일이 되기 쉽지만, 온 가족이 둘러앉아 수다떨며 하면 그런대로 재밌는 소일거리가 된다.


남편은 물론이고, 우리 딸까지 온 가족이 매달려 고구마줄기를 깠다. 우리 딸은 심지어 생 고구마 줄기를 아삭아삭 씹기까지 한다. (참고로 우리 딸 생식 마니아~) 어쩐 일로 고구마 줄기까지에 집중하고 있는 남편에게 재밌지? 물으니, 남편이 그런다. '깔끔하게 잘 까지면 기분이 좋고, 잘 까지지 않으면 짜증난다'고... 우리 인생이 다 그런가 아닌가? ㅋㅋ 고구마줄기 다듬다가 별...인생까지 들먹인다.^^
 

 
원래 고구마는 캔 다음 보름 정도 후숙시켜 먹어야 맛있는데, 그래도 오늘 캔 고구마 맛도 안 보고 잠 들 수 있나? 간식으로 몇 개만 구워봤다. 근데...이게 웬일...고구마에서 단맛보다는 단백한 감자 맛이 난다. 아직 당분이 형성되기 전인 거 같은..그래서 후숙이 필요한가보다. 그래도 올해 첫 수확한 고구마...이렇게 군고구마 해먹으면서 어느새 우리의 일요일밤은 구수하게 저물어간다.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