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느즈막히 집에 들어오는데, 집 앞에 둘둘 말아 버려진 대나무 자리를 발견했다. 안 그래도 더위를 많이 타는 남편 때문에 하나 사러 갔었다가 수십만원 하는 가격에 놀라 뒷걸음질 했던 대자리, 그 대자리가 우리집 앞에 떡하니 버려져 있는 게 아닌가? 그 좋은 게 버려져 있을리가 하면서도 내심 기대하며 일단 집으로 가지고 왔다.


크기도 엄청 크고 무거웠다. 둘둘 말아있는 자리를 펴 보았다. 그냥 허접한 대자리가 아니라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대자리였다. 꽤 오랫동안 사용했는지 윤이 반질반질하고 부드러웠다. 단, 대자리 끝이 물에 젖었는지 곰팡이가 나 있었다. 아마 장마철에 잘못 보관한 것 같았다. 그럼 그렇지...


남편이 닦아보자고 했다. 세 식구가 걸레와 물티슈를 총동원 열심히 닦았다. 이쑤시게를 이용해 틈새까지 꼼꼼히 닦았다. 얼룩은 좀 남았지만, 깨끗해졌다. 거실에 깔고 한번 누워보았다. 음메...시원한 것...등을 대고 누우면 서늘했고, 새벽녁에는 찬 기운까지 느껴졌다. 남편과 소율이도 너무 좋아한다. 선풍기 없이도 시원하게 잤다. 우리에게는 로또보다도 더 기분 좋은 횡재다. 한 건 했다는 생각에 일주일 동안 밥을 안 먹어도 행복하고 뿌듯할 거 같다.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지점은 모두 다를 거다. 나는 이럴 때 행복하다. 명품백도, 보석도 나에게 이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새걸 누가 주었다해도 이 정도로 행복하지 않을 거다. 행복은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구체적이고, 사소하고, 뜻밖이고, 의외로 싼티나는 게 행복이라 생각한다. 오늘 충만한 행복감을 제공해주신 대자리 버리신 분, 복 받으실 겁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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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슝 2011.07.22 22: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맞아.
    사소하고 소박한 행복이 인간에게 살 맛을 주는거 같아요~ ^.^
    저도 집 앞에 쓰레기통을 잘 살펴봐야겠어요 ㅎㅎㅎ

  2. 명파 2011.09.15 18: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 어떻게 이렇게 잘 찾으시는지. 신통방통!

  3. 에코살롱 마담 2011.09.16 18: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것도 다 노하우와 경험이 필요하다구...ㅋㅋㅋ

  4. 주셈 2012.01.02 17: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 풀무원 사외보에서 버섯재배 글 보고 블로그까지 타고 들어왔는데
    저 여기 중독될 거 같아요 - -;
    저도 잘 줍고 싶은데 직장맘이라 우리집 음식물쓰레기도 제때 못버리고 사는 지경이라 ㅠㅠ

  5. 김자흔 2012.07.21 06: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심으로 같이자살하실분.
    경남 창원입니다.
    36입니다
    연락바랍니다

남편이 출근했다 잠시 후 다시 돌아왔습니다. 생활폐기물이라는 노란 딱지가 붙은 이 탁자와 함께요. 


깨끗이 닦고 헐거워진 나사를 조이고 나니 그야말로 상판이 미끈, 사지가 멀쩡합니다. 그런데, 왜 버려졌을까요? 한때 원목이 끝발 날리던 시절 한참 유행했던 올드한 스타일로 지금 얄쌍하고 말쑥한 MDF 가구들에 비하면 고지식하고 촌스럽기 때문일까요?

어떻게 잘 쓸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일단 거실 탁자에 붙여서 우리 아기 책상이자 밥상으로 사용해보려고 합니다. 저 노란 딱지는 어쩐지 묘한 포인트처럼 보여 떼지 않고 놔두었습니다. 에코부인 따라 넝마가 된 남편, 이젠 뼈속깊이 부창부수가 되어가나봅니다.^^



공짜가구 득템하는 법

- 가끔씩 동네 한바퀴 돈다. 산책도 되고, 의외의 소득이 생긴다.
- 혼자보다는 가족과 함께 같이 가는 게 좋다. 헌 가구를 주워올 때 웬지 모르게 멋쩍어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 (여럿이면 더욱 용감해짐)
- 저녁 해질무렵이나 이른 아침이 좋다. 특히 아침에는 재활용 수거차량이 오기 전에 행동을 개시해야한다.
-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아침이 좋다. 사람들은 주로 주말에 집정리와 청소 등을 하기 때문이다.
- 가끔 아파트 평수가 넓은 동네로 원정간다. 정말로 왜 버려졌는지 이해 안되는 물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무조건 주워오기보다 나에게 필요한지, 튼튼한지 등등을 따져보고 가져온다. 아무리 재활용이 좋아도 괜한 쓰레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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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수한무 2011.02.28 1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좀 오래된 것이긴해도 탁자가 꽤 좋아보입니다. 훌륭한 득템하셨네요.^^

  2. 이미와버 2011.03.02 14: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훌륭한 기술입니다. 앞으로 계속 전수 좀 해주세요.^^

주말에 동네 한 바퀴 산책하다가 버려진 의자 하나를 발견했다(역시 산책은 좋아~^^). 한 눈에 딱! 내 의자다 싶었다(이 분야의 달인들은 그런 직감이 있다^6). 자세히 보니 회전의자였는데, 모양도, 색깔도, 나무재질도 완전히 내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공짜라도 후줄그리하면 좀 망설여졌을텐데, 꽤 공들여 만든 의자였다. 단, 다리 아래쪽 지지대에 나무가 하나 빠져 있었는데, 앉고 회전하는데는 아무런지장이 없었다.


내가 가져가자고 하니 남편이 썩 내켜하지 않는다. 역시...나보다 용감하지 않은 남편, 할 수 없이 용감한 내가 시작했다. 그런데 원목이라 꽤나 무거웠다. 골목 어귀를 돌아서자 그제서야 남편이 받아주었다. (아마 우리가 주워가는 걸 보는 사람들 눈을 의식한 듯^^)


집에 가져와서 깨끗하게 닦은 다음,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앉아보았다. 우리딸도 너무 신기해한다. 거봐...좋지? 남편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 의자는 '나를 위한 의자'다(나 혼자 그렇게 정했다ㅋ). 안 그래도 나를 위한 레스팅 체어 하나 있었으면 했다. 아기가 잠들고 나에게 황금보다 귀한 시간이 오면, 빛이 가득한 곳에 앉아서 책도 보고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그러고 싶었다. 비록 주워온 헌 의자고, 레스팅 체어처럼 완벽하게 누울 수 있는 의자도 아니지만, 내겐 더 없이 완벽한 의자다. 가끔 동네 한 바퀴 돌아보시라~ 의외로 득템할 수 있다.^^

득템하는 법
- 가끔 동네를 한바퀴 돈다. 산책도 되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 혼자보다는 가족, 친구와 함께가 좋다. 나중에 헌 물건 들고갈 때 웬지모르게 부끄러워지는 걸 방지할 수 있음ㅋ
- 오후가 좋다. 저녁에는 주워갈 용기가 없던 사람들까지 가세, 주워가려는 사람들의 경쟁이 치열할 수 있고, 오전에는 재활용수거차량이 먼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조금 잘 사는 동네에 원정간다. 의외로 좋은 물건들이 거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 현장에서 필요한지, 튼튼한지 등등을 따져보고 데려온다. 아무리 재활용이 좋아도 괜히 쓰레기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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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라노 2010.11.22 2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걸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건 아닌 듯ㅋㅋㅋ

  2. 살랑살랑봄바람 2010.11.23 2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진짜 멋진걸 구하셨네요~!!

  3. 그린썸씽 2010.11.24 0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워온 거 맞나요? 새것같아요!

  4. 에코살롱 마담 2010.11.25 0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호호...매일매일 앉아서 논답니다.^^

저희집 근처 덕양구청 가로수길에 벼룩시장이 펼쳐졌습니다. 계절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린다고 합니다. 원래 토요일날 열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비가 와서 일요일로 연기된 겁니다. 우아~~ 저 같이 벼룩시장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많았나봐요. 아침나절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사람들을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봅니다.


가만 보니, 새 물건으로 장사하시는 분들도 있고,  11번가 같은 쇼핑몰에서 최저가로 물건을 사와서 파는 젊은 이들도 섞여있었지만, 대부분은 가족들끼리 함께 진짜 '헌 물건'을 팔러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다음엔 우리도 참여해야지...!!!

얼마에 팔면 될까? 자신들이 사용하던 장난감을 가지고 나와 가족끼리 상의하여 가격을 붙이고 있네요.


가격이 결정되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책과 인형들...선택을 기다리는 인형들 표정이 간절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친구끼리 나온 것 같은 요 아이들은 어찌나 열정적으로 장사를 하던지...제가 그냥 지나치니까..."아줌마, 아기가 몇 살이에요? 이거 어때요? 아기가 예쁘면 싸게 해드릴 수 있어요...어쩌고 저쩌고" 시장에서 막 배워오기라도 한 것 같은 끊임없는 호객행위에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벼룩시장의 묘미...여기저기서 흥정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요 목걸이는 팔렸을까요?


바로 전 날 그리스전에서 우승하니 이런 일도 다 있네요. 원하는 가격에 준답니다.!!! 


물건 파는데는 관심 없고, 여유롭게 책만 보시는 걸 보니, 아마 아내에게 끌려나오신 듯^^


얼마나 벌었지...애궂은 호박모양 돈통만 뒤적뒤적


알록달록 보기만 해도 예쁜 실타래 하나에 천원,


하나에 백원짜리 장난감들이 꼬마손님들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아름다운가게도 있지만, 제 개인적인 바람은 동네마다 이런 벼룩시장이 정기적으로 펼쳐졌으면 하는 겁니다. 아름다운가게는 수거해서 배송하는데까지 이동거리가 있어 탄소 마일리지가 발생하지만, 동네 벼룩시장은 이동거리가 짧고, 사는 사람과 파는사람들이 얼굴을 보고 거래할 수 있으니 물건에 대한 정보도 더 많이 얻고 흥정도 되니 더 정겹거든요. 

저는 아기 옷 4벌을 샀습니다. 저는 이제껏 아기옷 한 벌도 사지 않고 키우고 있는데요. 가끔 주위에서 새 옷을 사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친구나 친척들에게 물려 입히거나 아름다운가게나 벼룩시장에서 헌 옷을 사서 입히고 있답니다. 금방 금방 크는 아이들에게 새 옷은 너무 아까워요. 헌 옷이 막 입히기 좋고 아기도 편할 겁니다. 아기가 자기 취향이 생겨서 할 수 없이 사줘야 하는 상황이 될 때까지는 이 원칙을 고수하려고 합니다. 

아....얼마냐고요? 하나에 단 돈 500원, 4벌에 총 2,000원!!! 완전 횡재했죠? 


제 글을 재밌게 읽으셨다면, 아래 손바닥 모양을 꾸욱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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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부젤라 2010.06.16 22: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전 놀라워요. 저 예쁜 옷들이 500원이라니...
    다음번에는 미리 공지 좀 해주세요.^^

    • 그린C 2010.06.16 2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500원이라고 했을때 깜짝 놀랐다는...
      더워서 빨리 팔고 집에 가고 싶어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암튼 횡재했죠...
      다음에 꼭 블로그에 공지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