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를 타고 나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이상하다.
지난번 좋은 고추를 사지 못해서 속이 상했던 때만큼 안 좋은 목소리다.
그런데, 계속 괜찮다며 숨기려다,
내가 계속 캐어물으니 결국 실토했다.
김장, 아니 내가 화근이었다.
거의 시어머니뻘 되는 고모와 함께 2박 3일 동안 김장을 하면서 무척 속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
엄마를 가장 힘들게 한 부분은 '나'다.
고모가 배부른 며느리는 그렇다치고, 나는 뭐하느라 내려오지 않느냐고 타박을 한 것이다.
고모 말도 맞다.
김치의 주소비자는 나다.
그러나 엄마는 생각이 다르다.
뭘 해주면서 티내는 걸 너무 싫어한다.
뭐든지 조용조용하는 스타일이다.
김장할테니 내려오라? 그런 말은 절대 못할 사람이다. 
자식한테 공치사할 거면 안 해준다는 엄마다.
그런데 고모가 옆에서 이년, 저년 해가며 뭐라 그러니 속이 상한 거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엄마는 지나치게 자식 신세를 안 지고, 신경 안 쓰게 하려다보니 주위에서 이런 저런 말을 많이 듣는다.
며느리를 보고 더 심해졌다.
집에 돌아와서 아빠에게 하소연하려니 안 좋아하더란다.
나름 합리적인 아빠도 자기 식구 흉보는 건 싫은 거였다.
나에게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역시 속 상해할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다가
결국 우리 강아지를 끌어안고 울었단다.
그 강아지는 우리가 키우다 주인집 할아버지에게 혼나고 할 수 없이 데려다놓은 강아지였다.
에고고 이게 무슨 조화 속인지...
봉순이에게 고맙다고 해야하나...
우리 아이가 강아지와 친구하는 걸 보고,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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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코살롱 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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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명파 2011.11.15 1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고...에코살롱님도,듣고 속 상하셨겠네요...자식사랑은 내리사랑이랍니다. ^^

  2. 문슝 2011.11.15 15: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고.. 나도 속상하네요. 착한 봉순이가 어머니 곁에 있어 다행이예요.

  3. 에코살롱 마담 2011.11.16 15: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 말이오. 봉순이가 효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