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별명은 꼬마농부다. 보고 배우는 게 무섭다고 돌 지나자마자 밭을 기어다니고, 호미질은 물론 곡갱이질, 막걸리 마시는 법까지 끝마쳤다. 요즘엔 분무기 들고 버섯 기르기에 심취해있다. 벌써부터 농사일에 두각을 드러내자 우리 부부는 조심스럽게 희망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가 진짜 농부가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사회적 불임상태다. 아이 하나를 낳아서 대학까지 시키는데 2억이 든다고 하니 누가 마음 편하게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애 하나 가르치려고 평생 돈 벌어야 하는 나라다. 미친 나라다. 나는 2억씩이나 벌 자신도 없고, 아이한테 미안하지만, 그 돈을 번다하더라도 그렇게 아이한테 올인할 생각이 없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십년 벌어야 만들 수 있는 2억이나 투자할 가치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그건 우리 생각이고 아이는 대학에 가고 싶을 수 있다. 아이가 굳이 대학을 가야한다면, 국립농수산대학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강요할 수는 없다. 어떤 꿈도, 희망도 강요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하지만 더 많은 가능성,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싶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우리나라에 국립농수산대학이 있다는 걸 나도 최근에야 알았다. 물론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느 건 비인기대학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몰라서 그렇지 알고보면 훌륭한 대학이다. 촌스럽고 치사하게 성적별로 차등수업료 매기면서 학생들을  숨막히게 하는 다른 국립대학과 다르다. 국립농수산대학은 진짜 국립대학이다. 입학생 전원 입학금, 수업료, 실습비, 기숙사비까지 전액 무료다. 남자는 군대도 안 가되 되고, 공익으로 대체 군복무 가능하다. 여학생은 가산점을 받는다. 영농후계자 자금과 창업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물론 조건은 있다. 졸업하고 농업에 종사해야 한다. 부모가 농사를 지으면 더 유리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도 이런 대학이 있다니...가끔 우리나라도 가끔 훌륭한 구석이 있단 말이야...!!!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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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니야 2011.07.26 18: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진짜, 전액 무료요? 정말 훌륭한 대학이네요.^^

  2. 문슝 2011.07.27 15: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이런 전문성을 살린 대학들이 필요해요!!!
    지금 대부분 대학은 '전문성' 없는 그냥 '대학'일 뿐!
    그나저나 소율이 정말 대단!

  3. 떨잠 2011.07.30 2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에서 나고 자란 애로서... 중학교때 가정조사서 할때 부모님 직업 손들 때만해도
    서비스업, 출판업, 어쩌고 하다가 "농업" 손들으라고 하면 서로들 킥킥대고-_-;;;

    서울이라는 특성상 농업 종사하는 사람이 없기때문에 웃긴 것도 그렇겠지만,
    '농부'라는 직업에 대해 그때부터 아 애들이 가진 생각이 이런거구나.. 싶더라구요.

    고3때 학교 복도에 전국의 그 무수한 대학들 책자가 꽂혀있어서 허구헌날 그거보고 있었는데도 저도 처음 알게 된 대학이네요. 학생지원도 좋은데 홍보에도 좀 더 투자를 하셨으면^^;
    자기 꿈 못찾고 막연하게 취직생각하면서 대학가는 애들이 태반인데, 그런 사람들한테
    더 기회가 되고 좋을거같음!!! 짱짱짱!!!

    • 에코살롱 마담 2011.08.01 00: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본주의 시대에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 역시 실소하게 만드는 것이 되어버렸지요. 그런데 다시 그런 세상이 올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먹는 건 단순히 식량 이상으로 우리를 보여주는 정체성이요, 문화요, 환경이니까요.우리가 먹는 게 우리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거니까...다시 농업이 우리를 근본임을 고백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올거라고 생각해요.

  4. kai 2012.01.19 15: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뒤늦은 댓글이지만...
    저도 얼마 전 농수산대학이란 곳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제 여덟 살이 된 우리집 꼬맹이가 꿈이 농부거든요.
    아파트라 화분 가꾸는 게 고작이지만 마당있는 곳으로 이사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의 꿈이 계속 바뀌지 않는다면 이 학교가 참 좋은 선택이 될 듯하네요.

    • 에코살롱 마담 2012.01.19 1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머...정말요?
      저도 꼬마농부를 키우는 입장에서 참 반갑네요.^^
      혹시 방법이 있다면, 제가 선물을 하고 싶은데요.
      집에서 키울 수 있는 버섯텃밭입니다.
      비밀댓글로 주소랑 전화번호 좀 남겨주시면 설 연휴 끝나고 보내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