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똑 떨어졌다. 그렇다고 이 엄동설한에 아기 델꼬 커피 사러 나갈 엄두가 안 났다. 그냥 욕구를 포기하는게 좋을 듯 싶은데, 오늘따라 이 놈의 욕구가 고집을 피운다. 꿩 대신 닭이라고...커피믹스라도 있을까 싶어서 주방부터 시작해 온 집안을 다 뒤집었는데, 먼지만 털린다. 퇴근길에 남편에게 사오라고 부탁할까하니, 마침 늦는단다. (나이스 타이밍-.-) 자포자기하고 있는데, 띄용~~저어기서 후광같은게 쫘악~ 몇달전 친구가 준 생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생두는 친구의 아프리카 친구가 에티오피아 카파(커피의 어원이기도 한)에서 직접 공수해온 것이었다. 흥분도 잠시, 그럼 뭐해...그림에 떡이다. 우리집에 로스팅 머신도 그라인더도 없거든...대략난감;;;;
 
불굴의 도전정신 발동!!!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그냥 프라이팬에 직접 로스팅을 해보기로 했다. 친구가 아프리카에서는 집에서 팬에 로스팅한다고 했던 거 같다. 생두를 프라이팬에 넣고, 타지 않게 나무주걱으로 저어주었다. 연두빛 생두가 점점 브라운으로 변해가고, 커피 냄새(사실 커피냄새라기보다 고소한 깨 냄새에 가까움)가 나기 시작한다. 오호~뭐가 되가긴 하나보다. 군침이 빙그르 돈다. 어느정도 볶다보니 팝콘 튀듯이 타닥타닥하고 팝핑이 일어나고, 껍질에 크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이게 말로만 듣던 실버스킨이로구만...드디어 원두가 거뭇거뭇 꽤 그럴싸해질무렵, 온 집안에 커피냄새가 진동을 했다. 마지막 실버스킨 처리만 남았다. 실버스킨은 이름만 고상하지, 이 껍질 골라내기가 골칫거리였다. 옛날 키로 나락 까불듯 채에 넣어서 흔들며 입으로 후후~ 불어주었더니, 사방팔방으로 껍질이 날라가 주방이 한껏 어지럽혀졌다. 건...나중일이고...커피부터 내려보자.


커피전용 그라인더가 없어서 주방에서 쓰는 그라인더에 갈았다. 코를 갖다대니 커피향이 코를 찌른다. 크아~~~


이렇게 직접 로스팅한 눈물겨운!!! 커피라 커피메이커를 사용하지 않고 핸드드립처럼 내려보기로 한다. 맛은? 음...시큼씁쓸...이게 잘된건지 어떤건지...모르지만, 금단현상 일어나기 전 적절한 카페인 섭취만으로 한껏 고무되었다. 

단골커피집에서 듣기를 로스팅한 후 2~3일 지난 것이 가장 맛이 좋다고 했던 거 같다. 그러니까 진짜 맛은 낼 모레 판가름날 거다. 그때도 맛이 괜찮으면 앞으로 기술연마하여 홈로스팅으로 커피를 마셔야겠다. 오늘 이건으로 꽤 생산적인 하루!!!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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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뚜두리 2011.01.11 1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전정신이 정말 훌륭하세요. 박수~~

  2. 코코아 2011.01.12 0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아...대단해요...저도 함 해봐야겠어요.

  3. 에코살롱 마담 2011.01.12 15: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헤헤헤...막상 해보니까 별거 아니더라고요. 재밌어요. 오늘 커피 마셔보니까 맛이 괜찮아요. 로스팅후 2~3일 숙성이 되어야하는게 맞나봐요.^^

  4. 살랑살랑봄바람 2011.01.12 2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로스팅을 집에서 직접 하시다니ㅋㅋ
    사진만 봐도 향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