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의 운명

꼬마농부 2010.11.01 08:59
지난 주 한파로 배추와 무가 좀 얼었다. 어떤 분은 그냥 두어도 괜찮다고 하고, 어떤 분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야한다고 했는데, 그냥 하늘에 맡기자며 두었던 배추들이다. 


손바닥만한 농사에도 훈수가 엇갈린다. 다들 지식과 경험이 다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경험이 일천한 우리는 갈팡질팡한다. 깨닫는다. 제 아무리 훌륭한 스승이라도 언제까지 다른 사람들 말로 농사를 지을 순 없는 노릇. 훈수는 훈수일 뿐, 내 경험과 판단이 필요한 법. 농부가 되려면 그럴 책임이 있는 거였는데, 너무 무책임했다.

고민 끝에 우리는 집에 모아둔 비닐과 나무막대기로 무만 덮어주기로 했다. 배추와 달리 무는 얼면 못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상추 등 푸성귀는 집으로 옮겨와 상자텃밭에 심어주기로 했다.
 

보통 때 남편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텃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노동의 즐거움과 수확의 기쁨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여느 때와 달리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책임의 무게일 것. 배추의 운명을 알고 있는 하늘을 바라본다. 눈물나게 아름답다. 10월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저물어간다.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