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는 반려견 봉순이가 사는 곳이기 때문에, 딸아이에게는 금지구역이었다. 신기하건 그 사실을 저도 알아서 문을 열어놓아도 베란다로 넘어가지 않고, 문턱에서 봉순이와 만나곤 했었다. 이렇게...


그러다 봉순이가 할머니집에 가 있는 사이, 내 눈치를 조금씩 보더니 어느날 갑자기 금지된 구역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그것도 맨발로...


뭘 하나 가만 두고 보았더니, 화분에 물을 준다.


오호...안정된 폼...제법 그럴싸하다.


요즘 이런 식으로 그동안 봐 왔던걸 무섭게 따라하고 있다. 신문 보는 거, 양치질 하는 거, 전화하는 거, 밥 먹는 거, 화장하는 거...이런 건 양반이고, 이 놈 하고 혼내는 거, 맥주, 막걸리 따라 마시는 거, 술 마시고 캬아~ 소리내는 거, 코 파는 거까지...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따라한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섬뜩하기도 하다. 옛날 말에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더니...딱 그 짝이다. CCTV는 사각지대라도 있지...으흐흐흐...

소싯적에 대학, 중용 등을 공부하며 거들먹거렸을 때 내 좌우명이 신독(愼獨) 이었다. 크크 지금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는 이 좌우명은 당시 나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민감하게 또 다른 나를 전시하며 살던 나의 위선적인 삶을 반영한다. 여전히 그런 위선이 알게 모르게 내 안에 있을 것이고 지금은 불편해하기보다 타협하고 합리화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거울 같이 나를 비춰내는 아이 앞에서는 멈춰선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그...딸내미가 무섭긴 무서운가보다.ㅋㅋㅋㅋ
Posted by 에코살롱 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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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화왕언트 2010.10.20 1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분이 상당히 귀엽네요. 아이 특유의 통통함이 말이죠. ㅎㅎ